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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게임 이름 들었을 땐 그냥 흔한 SF 게임인가보다 싶었다. Ketz: Galactic Overlords, 한글로는 다크 프레임: 은하의 생존자. 게임 제목은 거창한데 솔직히 예고 영상이나 스샷만 봐선 뭔 느낌인지 안 와닿았다. 근데 이거, 직접 해보면 의외로 중독성 장난 아니다. 동시에 ‘지금 사도 되나?’ 싶은 고민이 밀려올 정도로 불안한 구석도 많다.

처음 시작하면 툭 던져진 느낌이다. 캐릭터 하나 골라서 우주쥐들이 가득한 황량한 행성에 떨어지는데, 뭐가 뭔지 모른 채 총부터 쏴야 한다. 나도 처음엔 기사처럼 생긴 캐릭터 골라서 시작했는데, 웬 놈의 쥐들이 이렇게 많아?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데 왜 배경은 모래밭이고 적들은 죄다 쥐인가… 세계관에 몰입하려다 말고 한숨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 프레임: 은하의 생존자는 뭔가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첫 판에선 장비도 없고 스킬도 약해서, 보스한테 얻어터지다 끝났다. 특히 첫 보스가 던지는 도끼 범위 표시 믿고 피했다가 그대로 맞았을 땐 욕이 절로 나왔다. '표시보다 넓게 맞는 거 실화냐?' 싶은 상황. 스킬 쿨타임도 엄청 길어서 한 번 쏘고 나면 다시 쓰기 전에 이미 죽어 있음. 심지어 '청록 파동'이라는 스킬은 방향 고정이라, 적이 옆에 있는데 위로만 날아가버림. 뭐하자는 거지 싶었음.

근데 이상하게도, 계속 하게 된다. 반복하면서 장비 하나하나 모으고, 스탯 조금씩 올리다 보면 손맛이 생긴다. 특히 총기 커스터마이징이 되니까 나만의 빌드 완성하는 재미가 있음. 다만, '운 +1%' 같은 업그레이드는 좀 에바다. 체감도 안 되는 상승치에선 성장이 아니라 농락당하는 기분이다. 이건 좀 개선됐으면.

그 와중에 어이없는 웃긴 일도 있었다. 전설 장비 하나 먹었는데, 다음 방에서 똑같은 전설 또 떨어짐. 딴 거 주지 왜 이걸 또 줘? 아이템 겹치게 나오는 시스템은 진짜 짜증. 그리고 장비 줍는 키가 ‘E’인데, 동시에 ‘WASD’로 이동 중일 때는 줍는 게 너무 힘듦. 긴박한 상황에선 도저히 못 눌러서 그냥 지나치는 경우 많았다. 마우스로 줍게 해줘라 제발.

다른 캐릭터들도 써봤는데, 전부 한 가지 기본 공격만 있음. 다양성이 떨어져서 금방 질릴 수도 있다. 특히 마법 캐릭터는 타격감이 너무 없다. 이펙트도 약하고 때리는 맛도 없음. 그냥 나무 막대 휘두르는 느낌.

다크 프레임: 은하의 생존자는 Ketz: Galactic Overlords라는 이름답게 뭔가 웅장한 걸 기대하게 만들지만, 현실은 아직 얼리 억세스 초반이라 미완성 느낌이 강하다. 챕터도 고작 6개고, 몬스터 종류도 10개도 안 되는 것 같고. 스토리나 우주 설정도 그냥 다들 DMD(Death Must Die)에서 캐릭터 이름만 바꿔서 쓴 느낌이 강함. 특히 테네브리스는 DMD의 모르트 거의 복붙 수준이라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싸이파이와 판타지가 섞인 분위기, 적들을 쓸어버릴 때의 손맛, 그리고 반복 속에서 느는 내 실력. 이 조합은 중독적이다. 계속 손이 가고, 자꾸 ‘이번엔 다르게 해봐야지’ 싶게 만든다. 나도 한밤중에 졸리면서도 마지막 한 판만 더 하고 자야지 하다가 2시간 더함. 진짜 중독.

그리고 개발자들, 속도 빠르다. 피드백 반영도 잘 해주고 있고, 업데이트도 자주 올라온다. 확실히 개선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 더 애정이 생기고, 다음이 기대되는 게임이다. 다만 지금은 ‘돈 내고 하기엔 좀…’ 하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 8천 원 정도 주고 샀는데, 지금 콘텐츠만 보면 그 반값이었어도 됐을 듯.

결론? Ketz: Galactic Overlords는 다크 프레임: 은하의 생존자란 이름으로 우주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꿨지만, 아직은 그 꿈의 초입에 있다. 그래도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은 있다. 지금은 살짝 억울하더라도, 나중엔 ‘내가 초창기에 해봤던 그 겜 맞음ㅋㅋ’ 하며 자랑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버그 많고 짜증나는 부분도 있지만, 그 모든 걸 감수하고서라도 다음 전설 장비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상한 마력이 있는 게임.
누가 나더러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중독 잘 되는 사람, DMD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버그 참을성 있는 사람한테는 ‘지금 해봐라.’
나머지한테는?
"반년 뒤에 다시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