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한 호러 게임이라 생각했다. 폐호텔, 주인공의 기억상실,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듯한 공간. 많이 본 클리셰처럼 보였다. 그런데 The Brothers Hotel은 그런 예상을 슬쩍 비틀면서 나를 끌어당겼다. 그래피티를 활용한 퍼즐 시스템은 신선했고, 벽마다 숨어 있는 이야기 조각들이 게임의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들었다. 정적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소리, 내가 직접 그린 붓질 하나하나가 곧 공포의 트리거가 되는 구조가 꽤 흥미로웠다.

게임정보
개발사NEBULA NOVA GAMES
이 개발사의 게임PARALLEL PLAGUE : Good Old Days, Malevolent Madness, Runway 66, SHADOW MANSION
한국어 지원지원
구매 플랫폼Steam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조작감은 다소 뻣뻣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졌다. '그래, 이건 빠른 액션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니까.' 라고 스스로 설득하면서, 나는 더 느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문 여는 게 겁나서, 정지 버튼에 손이 가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정지 화면에서 숨을 고르다가도 다시 재시작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단순한 점프 스케어가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과 현실감각의 붕괴가 겹치는 구성 덕분이다.

screenshot

특히 그래피티를 활용해 숨겨진 길을 여는 시스템은 이 게임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무작정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특정 위치에 특정 그림을 그려야만 진입이 가능해서, 단순한 공포가 아닌 '찾아야만 하는 공포'로 플레이어를 몰아세운다. 잘못된 브러시 선택 하나가 곧장 이상한 소리를 불러오고, 공간이 갑자기 바뀌거나 조명이 나가기도 했다. '정신이 이상해지는 감각'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이 게임의 진짜 공포 요소다.

다만 퍼즐 시스템이 너무 은유적이라 답답한 구간도 존재한다. 아니, 글자는 왜 그렇게 작고 구석에 박아놓은 거냐. 한참 찾아 헤매다 결국 공략 영상 틀었다. 번역 문제도 존재해서, 한글이 지원된다고 되어 있지만 종종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감정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에서 텍스트 이해가 안 되는 건 몰입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반대로, 그만큼 내가 몰입했기에 짜증도 컸던 것 같다.

screenshot

스토리는 처음엔 단순한 미스터리로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내가 누군가’에 대한 혼란과 의심이 겹쳐지며 흡입력이 높아진다. 엔딩도 단순히 탈출 여부로 나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그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후반부에 도달했을 때, 이 게임의 진짜 메시지가 뭔지 다시 곱씹게 되는데, 그때 문득 '이 호텔은 나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는 사실상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공포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무언가 다가와도 도망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공포감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구조에서 온다. 선택은 오직 이야기와 관련해서만 주어지며, 플레이어는 그 결과를 고스란히 감당하게 된다. 실제로 나는 한 장면에서 엉뚱한 선택을 했다가 갑자기 방의 구조가 바뀌고, 이전의 모든 진입로가 사라지는 걸 경험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내가 미쳐가는 감정’을 잘 구현해냈다.

screenshot

요구사양
프로세서Intel® Core™ i3-4340 or AMD FX-6300
메모리8 GB RAM
그래픽NVIDIA® GeForce® GTX 670 / NVIDIA® GeForce® GTX 1650 or AMD Radeon™ HD 7950
운영체제Windows® 10 64-bit
지원플랫폼Windows

결론적으로 The Brothers Hotel은 ‘완성도’보다는 ‘경험’에 무게를 둔 작품이다. 몇몇 시스템은 날것이고 번역도 부족하지만, 이런 투박함이 오히려 현실감 없는 공간 속에서 내가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든다. 플레이하는 동안 나는 내가 주인공인 Gabriel인지, 혹은 호텔 자체인지 끊임없이 헷갈렸다. 그리고 이 감정은 게임이 끝난 후에도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공포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어지러운 호텔 안에 한 번쯤 들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어쩌면 당신도 ‘그림을 그리러’ 왔다가, 기억을 잃고 그 안에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