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전혀 모른다는 가정으로 말하자면, 이건 외계판 짬뽕 ‘심부름 코미디’다. 리벤지 오브 더 새비지 플레닛(Revenge of the Savage Planet)은 이름만 들으면 뭔가 복수심에 불타는 진지한 모험극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이 게임 전반에 들러붙은, 끝없는 스캔+수집+탐험의 향연이다. 전작 저니 투 더 새비지 플레닛(Journey to the Savage Planet)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이 시리즈는 원래 정신줄 놓고 플레이하는 게 제맛이다.
시작부터 빵 터졌다. 지구에서 외계 행성까지 백 년 넘게 날아가서 도착했는데 첫날 바로 해고당했다. 이게 말이 되냐고. 아니, 복수는 고사하고 짐도 안 풀었는데 해고라니… 게임 제목의 리벤지는 여기서 나온다. 게임 내내 이 거대 기업 알타에게 뒤통수 맞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분명 복수를 하긴 해야 하는데, 막상 하는 일은 외계 생물한테 침 뱉고, 끈적한 액체에 미끄러지고, 무기 대신 주먹으로 귀싸대기 날리는 게 전부다.
게임정보 | |
개발사 | Raccoon Logic Studios Inc. |
한국어 지원 | 지원 |
구매 플랫폼 | Steam |
웃긴 건 진짜 이 주먹질이 너무 잘 어울린다. 캐릭터가 뚱뚱하게 흔들리며 달리는 모습부터 슬랩스틱 감성이 충만하다. 3인칭으로 바뀌면서 이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이 고스란히 보이니까, 외계 생물과 싸우다 멍청하게 구르는 모습마저도 재밌다. 사실 이 게임은 액션보단 관찰과 수집에 더 중심이 있다. 뭐든 스캔하고 업그레이드하고 또 스캔하고… 근데 중간에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와서 음악 깔리면 "아 또 싸워야 해?" 싶은 순간이 너무 많다. 특히 챕터2 사막 맵에서는 그냥 바람만 불어도 전투음악 나오는 줄.
그나마 다행인 건 전작보다 전투 시스템이 나아졌다는 거다. 옛날엔 약점 안 때리면 도저히 못 잡는 몬스터가 많았는데, 이번엔 그냥 블래스터로 막 쏴도 잡힌다. 무기나 툴 종류도 늘어났고, 속성공격으로 잡는 방식도 있어 꽤 재미있다. 특히 큰 몬스터들 약점 스캔해서 무기로 기절시킨 뒤, 채찍으로 낚아채는 거 진짜 쾌감 있다. 근데 이걸 안 알려줘. 뭐든 알아서 깨우쳐야 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어떤 나무는 앰버(호박)를 먹여야 죽는데,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난 처음에 일부러 얼음에 갇혀서 그걸 던지는 줄 알았고, 심지어 꽃 공격을 유도해봤다가 한참을 헤맸다. 결국은 총알을 튕겨서 먹이는 거였는데, 이런 건 좀 알려줘야지.
Revenge of the Savage Planet이란 이름치고는 정작 복수하는 감정선은 거의 없고, 오히려 집 꾸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말 그대로 뉴 플로리다라는 외계 주택을 내 마음대로 꾸미고, 외계인 로봇이 와서 평가까지 해준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중간에 현타도 오지만, 또 괜히 몰입돼서 액자 하나 더 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인게임 광고 영상. 전작에서도 나왔던 그 B급 감성 광고들, 이번엔 더 쎄게 돌아왔다. 이상한 해설, 진지한 얼굴로 개소리하는 연기자들, 하다 보면 진짜 TV 채널 돌리는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광고 속 캐릭터를 맡았던 배우 한 명이 실재로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길 듣고 나니까,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이상하게 뭉클하게 느껴졌다.
물론 버그는 많다. 갑자기 캐릭터 모델이 사라지기도 하고, 물속에서도 적이 공격해 와서 이상한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맵 방향표시가 제멋대로다. 설정 바꿔도 성능은 그대로인데 화면만 바뀌는 이상한 퍼포먼스도 있고, 게임패드 진동은 지진 수준이다. 내가 다행히 잘 돌아가는 PC라 그나마 즐겼지만, 친구는 3070에 라이젠 5900X인데도 프레임이 20대로 떨어져서 환불 고민 중이었다.
결국 이 게임의 핵심은, 웃음이다. 그게 시스템이든,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든, 영상이든, 전부 유머로 포장돼 있다. 전작이 좋았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재밌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투가 메인이라 생각하면 실망할 수 있고, 수집/탐험이 반복되며 지루함이 몰려오는 구간도 있다. 그럴 땐 그냥 친구 하나 꼬셔서 같이 멍청한 짓 하면서 웃어 넘기자. 그런 의미에서 리벤지 오브 더 새비지 플레닛은 내겐 복수보다 더 좋은 것, ‘잠깐의 정신줄 놓기’를 선물해준 게임이었다.
요구사양 | |
프로세서 | Intel Core i5-8400 / AMD Ryzen 5 1600 |
메모리 | 8 GB RAM |
그래픽 | NVIDIA GeForce GTX 1060 / AMD Radeon RX 580 - 6GB VRAM |
운영체제 | Windows 10 64-bit |
지원플랫폼 | Windows |
이상, 외계인 바위한테 고백받고 결혼까지 해버린 유저의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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