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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범벅 엔딩?! Midnight Special 리뷰 (미드나잇 스페셜)

ndaesik 2025. 5. 21. 20:19

처음 Midnight Special (미드나잇 스페셜) 을 켰을 땐, 그냥 또 하나의 복고풍 포인트 앤 클릭 호러인가 싶었다. 픽셀 아트, CRT 필터, 여자 주인공, 그리고 뭔가 Clock Tower 느낌 나는 저택. 그런데 이 게임, 생각보다 더 괴상하고, 더 짜증 나고, 더 웃기고, 더 흡입력이 있었다. 왜 내가 엔딩을 보고도 허무감에 멍하니 화면만 쳐다봤는지, 지금부터 얘기해보려고 한다.

게임정보
개발사Scared Stupid Inc
한국어 지원미지원
구매 플랫폼Steam

게임은 1980년대 미국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어두운 대저택에서 시작된다. 나는 16살짜리 보모로 고용된 *사라(Sarah)*라는 캐릭터였고, 애 둘을 돌봐야 했다. 밤은 폭풍우로 시작됐고, 첫 10분 만에 ‘이 집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드나잇 스페셜은 단순한 귀신 나오는 게임이 아니다. 혼란, 정신 붕괴, 이상한 시간의 뒤틀림까지 같이 나온다. 내가 분명 아이 돌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엔 예전 집주인의 환상 속에 들어가 버린다. 근데 문제는, 이게 내가 꿈꾸는 건지, 환각을 보는 건지, 혹은 뭔가 초자연적인 존재가 날 끌어들이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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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복고적인 디테일이다. CRT 필터가 의외로 몰입감을 확 올려준다. 그냥 픽셀이 아니라, 옛날 브라운관 느낌이라서 화면에 자연스러운 빛 번짐과 테두리 잔상이 생기는데, 이게 진짜 무섭다. 소리도 기가 막힌다. 비 오는 소리, 나무 바닥 삐걱거림,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귀에서 울릴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짜증도 만렙이다. 예를 들어, 욕실에서 나온 피 묻은 손—그냥 보면 아무 반응 없다. 근데 사실 특정 반지랑 목걸이를 착용한 상태에서만 이벤트가 진행된다. 문제는, 이 두 아이템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곳에서 나온다. 누가 그걸 연결하냐고!! 이런 식의 해괴한 퍼즐이 너무 많다. 미드나잇 스페셜은 플레이어가 순서대로 정확히 트리거를 밟지 않으면 아예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마다 유튜브 영상 찾아보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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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조나단 방에서 나온 미니게임도 잊을 수 없다. 플로피 디스크를 컴퓨터에 넣으면 별도 미니게임이 시작되는데, 문제는… 꿀벌을 언제 먹어야 되는지를 알려주는 설명이 전혀 없다. 그냥 눈치껏 해야 된다. 나처럼 ‘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영상 3번은 봐야 한다. 거기다 미니게임 자체가 재미는 있는데 조작이 꽤 불편하다. 마우스로 이동하고 조작하는데 캐릭터가 갑자기 넘어지기도 하고, 문 열 때마다 로딩이 너무 길다. 특히 저장 안 하고 튕기면 진짜 욕 나온다.

그래도 중간에 웃긴 포인트도 있었다. 초반에 개처럼 생긴 무언가가 나왔는데 ‘이게 뭐야, 왜 공포 게임에 마스코트야?’ 싶었거든? 알고 보니 그냥 애가 그린 개 그림이더라. 그거 보고 피식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건, 게임 내 문서들이 전부 하나의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어서, 무슨 아이템 꺼내려다가 온갖 편지랑 메모가 우르르 펼쳐진다. 문서 따로, 아이템 따로 못 해놨냐 제작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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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Midnight Special은 그냥 단점만 있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점점 얽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이 집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한 장의 가족 사진이 점점 변하고, 기억이 왜곡되고, 마지막엔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특히 엔딩 직전에 나오는 "샷건 다 쏴봤자 죽지 않는 가면남"과의 QTE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근데 문제는… 아무리 쏴도 안 죽어. 그냥 죽는 척 하다가 잡히고 QTE. 그리고 사라가 “총알이 없어…” 라고 말하면 진짜 끝. 이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엔딩 연출이냐고 묻고 싶었다.

그래도 정리하자면, 미드나잇 스페셜(Midnight Special) 은 진짜 클락타워식 심리 호러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꽤 괜찮은 선택이다. 아직은 얼리억세스고, 버그도 많고, 번역도 없고, 스토리도 뭔가 안 푼 게 많지만… 그 아날로그 감성, 어딘가 미친 캐릭터들, 손에 쥐고 있는 촛불 하나에 의지해서 깜깜한 복도를 헤매는 그 느낌. 요즘 게임에서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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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사양
프로세서Intel Pentium N3700 @ 1.60GHz
메모리2 GB RAM
그래픽DX 11 based graphics card
운영체제Windows 7 64-bit
지원플랫폼Windows

다만 꼭 말하고 싶은 건, 이 게임 할 거면 무조건! 자주! 수동 저장해라. 저장 안 하고 죽으면 진짜 현타 와서 삭제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냥 무서운 거 좋아해서 라이트하게 즐기려는 사람한텐 솔직히 안 맞을 수도 있다. 이건 약간 고인물 호러 팬들이 ‘아~ 이 맛이야’ 하면서 무너져가는 대저택 속 환청과 함께 추억을 곱씹을 때 즐거운 그런 게임이다. 그래도 정가보단 할인할 때 사는 걸 추천한다. 엔딩은 좀 허무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