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선 순간 이상했다 - Unknown Host 후기
도심 속 ‘더 나은 생활’을 꿈꾸며 선택한 아파트. 그런데 딱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했다. Unknown Host는 이런 어색함과 섬뜩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짧고 강렬한 체험형 호러 게임이었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심리적 압박을 유도하는 구조가 꽤 독특했다.
처음엔 뻔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학생 알렉스가 새로 이사 온 아파트는 외관상 평범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나아 보인다. 하지만 복도를 지날 때마다 기묘한 시선이 따라붙고, 방 안의 구조는 어디서 본 듯 익숙하면서도 이상하게 낯설다. 작은 방 안에서 시작된 불편한 감정은, 갑작스러운 발자국 소리, 조명이 깜빡일 때마다 점점 커져간다.
게임정보 | |
개발사 | Redsroll |
이 개발사의 게임 | Who am I?, Last Shift |
한국어 지원 | 미지원 |
구매 플랫폼 | Steam |
이 게임의 강점은 미니멀리즘에 있다. 시스템이 단순해서 조작에 신경 쓸 필요가 거의 없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시야와 청각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런 몰입 방식이 오히려 공포를 배가시킨다.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좁은 복도를 천천히 걷는 순간, 나는 정말 그 집 안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점프 스케어는 적당히 배치되어 있고, 몇몇 구간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덮쳐왔다. 특히 특정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이는 ‘그 장면’은 순간적으로 마우스를 놓을 뻔했다. 반면, 퍼즐 요소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탐험보다는 연출 감상에 가깝다. 암호를 찾아 문을 여는 구간 하나가 유일한 난관이지만 어렵지는 않다.
다만 캐릭터의 반응이 너무 무덤덤하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복도 끝에서 이상한 형체가 스윽 지나가도 “뭐지?” 하는 정도의 리액션만 보이는 주인공은 몰입감을 살짝 깨뜨렸다. 더 몰입하게 만들려면, 알렉스라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좀 더 보여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배경음은 정말 훌륭했다. 불협화음, 거친 숨소리, 간헐적인 고요함이 유기적으로 엮이며 일상적인 공간이 무대로 바뀌는 순간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하지만 특정 점프 스케어에서 음량이 과도하게 커지는 건 꽤 귀에 부담이 되었다. [이미지]
기술적으론 큰 문제는 없었지만, 듀얼 모니터 환경에선 해상도 전환이 꼬이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인터렉션 범위가 좁아서 클릭이 잘 안 되는 것도 조금 불편했다. 무엇보다 스토리의 밀도가 얕은 편이라 마지막에 느껴지는 여운이 조금 부족했다. 그냥 “무서웠다”에서 끝나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공간 기반 공포’를 정말 잘 녹여냈다. 복잡한 메커니즘 없이도 이렇게 오싹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건, 이 장르의 가능성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Unknown Host’는 거창한 플롯보다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적합한 게임이었다.
요구사양 | |
프로세서 | Intel Core i5 |
메모리 | 8 GB RAM |
그래픽 | NVIDIA GeForce GTX 1060 |
운영체제 | Windows 10, 11 |
지원플랫폼 | Windows |
끝내 알 수 없었던 그 존재는 대체 누구였을까. 그 방은 왜 그렇게 생겼고, 왜 하필 나였을까. 아무 설명 없이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나는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